필자가 알고 C는 휠체어를 타는 1급 중증장애인이다. 혼자서는 서지도 못하고 팔 근육이 약해서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휠체어조차 이용할 수 없다.

C는 외출할 일이 있으면 하루 전부터 갈증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물만 마신다. 아니, 거의 물을 마시지 않을 정도다. 외출할 때 소변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식당, 목욕탕, 호텔, 대학, 학교, 교회, 사찰, 교육관, 극장, 카페, 상가 등 대부분의 공중이용시설엔 장애인화장실이 없다. 심지어 휠체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경사로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 고속도로 휴게실 등에 장애인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관리소홀로 고장이 났거나 불결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고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되어도 대부분 1칸만 설치한다. 백화점도 공공기관도 장애인화장실을 2칸 이상 설치한 경우란 거의 없다. 4층 5층에 있는 장애인이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1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휠체어장애인이 사회생활을 할 때 생리적 욕구해결이 난제로 작용한다. 여성장애인의 경우 더욱 심하다.

그러니 C는 외출할 때는 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가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필자는 아파트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로 2개월 동안 발목 깁스를 하고 휠체어장애인으로 생활한 적이 있다.

휠체어를 타고 직장에도 가고, 저녁에 강의도 가야했으며, 병원에도 다녀야 했다. 생리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도 가야했다. 그러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도로와 건물에는 웬 턱과 계단이 그렇게 많은지. 상가에 설치된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은 비장애인의 차량으로 만원이다.

장애인전용 주차장이 있어도 차량진입이 불가능하도록 말뚝을 박아 놓은 곳도 있었다. 화장실 입구가 좁아 입장(?)이 불가능했으며, 남녀 공용이 왜 그렇게 많은지. 특히 대학건물은 5층 이상 되어도 승강기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3층에 있는 강의실로 가려면 건장한 학생에게 부탁해서 업혀 가야했다. 평범한 장애인이 사회생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 유럽의 화장실을 본 적이 있다. 평범한 식당, 호텔에서 대규모 대학건물은 물론 심지어 조그마한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모두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을 만들 때 먼저 장애인화장실을 만든다고 한다. 여유가 있으면 비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한다. 화장실이 한 칸일 경우 그것은 당연히 장애인화장실이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였다. 우리처럼 별도로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어 관리하지 않았다.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체제였다.

사회의 성숙도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배려하는가는 중요한 척도가 아닌가 한다. 장애인 등은 정신,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리한 경우가 많다. 사회가 법과 제도를 통해 그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이다.

미성숙 사회에서는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대단하다. 너무 심한 나머지 주변의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약자를 배려하는 인간의 사회가 아니다.

이제 우리사회도 여러 가지 방면에서 어려운 이들을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노력들이 추진 중이거나 나타나고 있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사회가 사회적 성격을 가진 유무형의 실체를 만들 때 불리한 계층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것이 아무리 치밀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도, 또한 아무리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해도 이미 사회적 가치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한다.


출처 : 박명덕의 복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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