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시험을 보는 모습 ⓒ노들장애인야학

대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조민제 활동가는 지난 13일에 치러진 검정고시 시험에서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비장애인에게는 20분씩 주어지는 쉬는 시간이 장애인에게는 10분씩 주어지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점심시간도 비장애인보다 10분 적은 40분만 주어지고 있었다.

조 활동가는 "뇌병변, 시각장애인 등 보조인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매 교시 시험시간이 10분씩 더 주어지고 있는데, 시험감독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의 경우 화장실 이용과 점심을 먹을 때 비장애인보다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데 이러한 조건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활동가는 또 "이렇게 행정적 편의만을 따지고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시험방식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다음 주 초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조 활동가가 대구시교육청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이러한 시간표 배치는 매년 '검정고시 시도협의회'의 논의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즉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확인 결과 실제로 울산과 인천, 전주 등의 지역에서도 장애인 수험자에게 각 교시 당 10분씩 시험시간을 더 부여하되, 쉬는 시간을 10분 줄이고 있었다. 단 이들 지역에선 대구와 다르게 점심 시간은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50분을 주고 있었다.

전주 다온학교 김미아 교장은 "매년 교육청에 이런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서 "사회복지사 시험의 경우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시험시간과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모두 연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검정고시에서 시험 감독시간을 이유로 장애인에게만 쉬는 시간을 짧게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김선아 사무국장도 "지역별 검정고시 시험에서의 불합리한 사례들을 모아 인권위 진정을 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