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20일 늦은 2시 성북구청에서 열렸다. |
지난 2011년 제정된 ‘성북구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아래 성북구 자립생활조례)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지역 장애인 단체들의 요구가 거세다.
‘성북구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개정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20일 늦은 2시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주최로 열렸다.
성북구 자립생활조례 제정의 출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 장애인 운동진영과 외부 전문가들은 성북구 자립생활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토론회를 열고, 자체적으로 조례 제정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성북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운동진영의 요구와는 무관한 내용을 담은 조례를 2011년 7월에 제정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배정학 운영위원 |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배정학 운영위원은 성북구 자립생활조례가 이런 애매한 과정을 거쳐 제정되면서,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성북구는 지난해 2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성북구 인권증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한 바 있다. 이 연구용역 결과로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에 역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배 운영위원은 현 성북구 자립생활조례가 이러한 인권증진기본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면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권증진기본계획에서는 3년에 한 번씩 장애인자립생활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조례에는 이 내용조차 빠져 있다는 것이다.
성북구 자립생활조례의 부실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배 운영위원은 “현재의 조례가 장애인복지법 등 상위법에서 규정한 것들을 수행하기 위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라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주택 등을 건설할 경우 장애인에게 우선 분양 또는 임대해야 한다는 장애인복지법 27조, 자립생활지원에 관한 서비스 제공과 정보제공을 규정한 장애인복지법 53조를 수행할 규정들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배 운영위원은 조례에 담겨야 할 주요한 사항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지원 △탈시설 정책 수립 △공무원 및 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장애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 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의료 시스템 통합지원 등을 제시했다.
성북구 자립생활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정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상상’ 안영신 집행위원장은 “조례에서 ‘보호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시설이나 가정을 벗어나 사회의 주체로서 생활을 일구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립생활과 관련해서는 ‘보호자’라는 표현은 삭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안 집행위원장은 조례 1조 ‘목적’에서 ‘장애인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라는 표현에 대해서 “이런 표현은 장애인들이 가족 안에서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성북구 자립생활조례에서 ‘중증장애인’에 대한 정의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박 소장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일부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립생활을 촉진하기 위한 이 조례에 맞지 않다”라면서 “상위법 기준을 ‘장애인복지법’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성북구 자립생활조례의 예산 지원에 대한 부분이 전부 ‘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어 성북구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점도 지적됐다.
안 집행위원장은 “‘할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예산 집행의 의무를 명시해,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마련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형진 성북구의원은 “이후 상위법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한 조례 개정을 위해 국회 전문위원들을 초청해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 오늘 제안해 주신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토론회를 경청하는참가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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