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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6-30 08:53

기울어진 길

글쓴이 : 시아니

Voices - Giovanni Marradi

* 기울어진 길 *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먼 강을 찾아 나섰더니
기울어진 길이 따라 나서더니
가만히 속삭입니다.

요리로 조리로 조심해서 가서
그 다음에는 작은 다리를 건너고
구불구불 돌아서 잘 찾아가세요.

강기슭에서 님을 기다리는 나무가 있어요.
기다린 지 오래된 나무가 길목에 서 있을 거예요
아직은 앙상한 가지에 볼품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꽃망울이 보일 거예요.

아니, 벌써 꽃이 조금 피었다고요?
그래요 청 매화가 눈을 떴군요.
요즘 약간 수상쩍긴 했어요.
불그레한 빰이 반짝거렸거든요.

너, 예쁜 매화야
이제 겨우 꽃송이를 튀었구나.
강가에 다다르면 네게 하고픈 푸념이랑
네게 걸고픈 걱정이랑, 잔뜩 준비해 왔는데
그래 놓고 강물에 술술 흘려보내고
햇님에게 노랗게 바래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니, 추운 겨우내 고생한 너에게
미안해서 꺼내지도 못하겠구나.

어지러운 길아,
강가를 빙빙 돌다가
강에서 멀어지고 나서
휘청 휘청 돌아가는 길은
더 자세히 안내해 주려무나.

어둡고 고적한 산마을에
별빛 보다 밝은 등불이 떠오르니
기울어진 길이 불빛을 받아
쭈욱 쭈욱 늘어납니다.

시아니